페를라쥬

Perlage

스파클링 와인에서 조밀한 거품이 연이어 올라오는 황홀한 광경, 이것을 페를라쥬라고 부릅니다. 마치 미세한 진주가 목걸이처럼 이어진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페를라쥬라는 이름은 와인보다 시계 업계에서 더욱 친숙하게 사용됩니다. 무브먼트 플레이트의 표면을 정리하고 장식하는데 가장 흔히 쓰는 테크닉이니까요. 약 4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페를라쥬는 이름 그대로 진주를 겹겹이 겹친 패턴에서 유래했습니다. 여성의 화장에 비유하면 피부 결을 정리하는 기초화장에 해당하죠. 깨끗한 피부에 화장이 잘 받듯, 무브먼트의

표면을 고르게 정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다른 피니싱 테크닉과 달리 이처럼 페를라쥬는 용도가 분명했습니다. 무브먼트 플레이트를 만들기 위해 막 잘라낸 금속의 표면에는 각종 불순물이나 부스러기가 달라붙어 있곤 했습니다. 그대로 사용하면 미관을 해칠 뿐더러 이물질과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가면 시계 케이스 내를 돌아다니며 작동을 방해했습니다. 그 때문에 옛날에는 페를라쥬 테크닉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요즘은 시계 만드는 테크닉과 기계가 눈부시게 발전해, 갓 잘라낸 플레이트도 깨끗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를라쥬 테크닉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 하이엔드 워치에서 필수적인 이유는 시계를 빛내주는 전통적인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페를라쥬는 보통 플레이트의 낮은 쪽 표면, 아니면 뒤집었을 때의 표면을 장식합니다. 회전하는 연마 도구를 표면에 지긋이 누르면 진주 같은 패턴이 남게 되죠. 이 작업을 반복하면 특유의 아름다운 페를라쥬가 나타납니다. 아 물론 그냥 연마툴을 누른다고 해서 멋진 페를라쥬가 나오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하이엔드 워치의 페를라쥬를 보면 패턴이 겹쳐서 120도 정도의 부채꼴이 연속되는 모양입니다. 패턴은 균일한 간격을 가지고 있고, 선명해야 합니다. 패턴이 흐릿하거나 깊이가 일정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어렵죠.


페를라쥬 테크닉이 적용되는 위치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공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로랑 페리에의 페를라쥬는 그야말로 정석입니다. 플레이트의 밑면(다이얼 사이드)은 절대 보이지 않지만 예쁜 진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파르미니아니는 플레이트의 안쪽 면에 페를라쥬 테크닉을 사용했는데 마이크로로터  덕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뱅글뱅글 도는 마이크로로터가 지나간 자리에 나타나는 진주의 모습은 무척이나 예쁩니다. 우르베르크처럼 잘 보이는 로터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정석이라기 보다 아방가르드적입니다.

간격이 넓고 패턴이 뚜렷해 전통적인 페를라쥬와 달리합니다. 같은 테크닉이지만 변화를 준 모습이 우르베르크의 이미지와 부합합니다. 대체로 무브먼트 플레이트에 쓰는 테크닉이지만 과감하게 다이얼을 장식할 때도 있습니다. 꼭 페를라쥬를 무브먼트에만 써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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