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썬레이 브러싱(Sunray Brushing)처럼 샌드 블라스트도 시계 다이얼, 무브먼트를 장식하는 테크닉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샌드 블라스트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는 것이죠. 다이얼이나 무브먼트에도 개성있는 케이스 표면을 완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니까요. 무브먼트 피니싱으로 분류하지만 시계 전반에 있어 가장 전천후로 활약하는 테크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케이스, 무브먼트 어디에 적용하더라도 샌드 블라스트의 결과물은 한결 같습니다. 한 여름 깨끗한 백사장을 보는 것 같은, 미세하고 아주 은은한 반짝거림을 느낄 수 있죠. 샌드 블라스트는 고압의 연마 입자를 시계 부품 표면에 분사해서 미세한 요철과 무광에 가까운 질감을 얻어 냅니다. 연마 입자로는 모래, 각종 산화물 등을 사용하죠. 테크닉을 적용하는 대상의 소재도 크게 가리지 않습니다. 스틸이나 티타늄 같은 각종 금속, 골드 같은 귀금속은 물론 세라믹도 가능합니다. 우르베르크는 티타늄 케이스에 샌드 블라스트 테크닉을 즐겨하는 브랜드입니다. 유광의 폴리시 가공이나 무광의 새틴 가공과 다른 오묘한 광택감과 질감이 특징으로, 케이스가 주는 감각만으로도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가 나타나죠.

무브먼트에서는 주로 플레이트의 표면을 장식할 때 적용하죠. 샌드 블라스트로 마무리 한 플레이트의 매트하고 고운 질감을 보여줍니다. 또한 회중시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고전적인 느낌을 연출하는 데에도 탁월한 테크닉입니다. 화려함을 자제하는 독일 하이엔드 시계에서 자주 발견되곤 합니다.

모리츠 그로스만과 랑 앤 하이네는 고전적인 칼리버를 많이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그러한 만큼 무브먼트를 마감하는 피니싱 테크닉에서도 고전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죠. 샌드 블라스트 테크닉은 고전미를 전달하는 데 아주 적합합니다. 혹시 과거의 회중시계 칼리버를 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꼬뜨 드 제네브 같은 화려한 테크닉 대신 은은한 광택과 조금 거친 듯한 표면 질감을 보여주는 샌드 블라스트가 적용되어 있죠. 모리츠 그로스만과 랑 앤 하이네는 저먼 실버와 골드 도금해 얻는 고유한 컬러감과 샌드 블라스트 테크닉으로 개성적이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발휘합니다.